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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아가사


잘 지내고 있으실까 궁금해 편지합니다. 저는 잘 도착했습니다. 끼니는 잘 챙기고 있을는지 염려되는군요. 부디 적당한 영양소가 함유된 식단을 챙겨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날마다 함께해 와서인지 아가사가 없으니 생소합니다. 아침 기도를 끝맺지 못한 것처럼 불온하게 시작한 하루군요. 아가사가 완전한 교회 소속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이런 고된 거리를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건 다행이지만 이렇게 길게 헤어질 때는 섭섭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게 큰 유감입니다. 혹여 언제든지 소속을 옮길 마음이 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아가사를 돕는 것은 일도 아니니 말이지요.

중앙청에서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으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따뜻한 물로 씻는 것도 피로감을 앗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니 목욕을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아가사를 위해 사다둔 입욕제가 찬장 두 번째 칸에 있습니다. 아가사와 어울릴 법한 것들로 골랐습니다. 향을 맡아보시고, 마음에 드는 것을 마음껏 취하세요. 전부 아가사를 위한 것이니. 어떤 게 가장 좋았는지 귀띔해주시면 좋겠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입욕제가 무엇인지는, 돌아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아가사와 잘 어울릴 겁니다.

아직 돌아가기까진 오랜 시간이 남았군요.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랄 뿐입니다.


당신의,

이스카리오

 


 

그리운 아가사

 

어느새 회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일은 잘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군요. 물론 잘 안 될 수는 없겠지요. 아가사를 오래 보지 못하면서까지 온 곳이니 말입니다. 그만큼제가 많이 신경 쓰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필체에서 피곤함이 묻어나는 듯싶습니다. 혹시 일을 과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아가사의 성정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만, 당장 무리한다면 피로가 쌓여 나중에 돕고 싶은 만큼 돕지 못할 수도 있으니, 모쪼록 몸을 생각해주시기를.

 

저녁입니다. 제법 바쁜 일정이로군요. 모든 회의가 끝난 다음, 이 도시에서 축제가 벌어진다고 합니다. 거리는 축제에 들뜬 목소리들로 소란스럽습니다. 역시 함께 오는 편이 좋았을까요. 아가사가 제법 좋아했을 것 같은 풍경을 저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쉽군요. 같이 왔다면 시간을 내서 밤하늘을 보며 산책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아가사. 별을 좋아하나요? 예로부터 별은 하늘과 가장 가깝다고들 했습니다. 제가그런 별을 욕망해 본 적이 없다고는 못 하겠군요. 바치는 용도로서 말이지요. 아가사에게 별을 선물할 수 있다면 기쁠 겁니다. 그게 설령 새벽별일지라도 말입니다.

 

별을 보니 당신이 보고 싶은

이스카리오



 

보고 싶은 아가사

 

제가 아가사의 별빛이라니 기꺼운 말이군요. 다정한 당신께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게 그렇게 베풀어 주시니 이제는 태양까지 욕심내고 싶어질 지경이라는 걸 알고 계실지요. 태양 역시 별일 테니, 욕심내도 괜찮겠습니까? …… 해바라기는 당신이 닮았음에도 당신 아닌 내가 클리티에가 된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해를 사랑하다 꽃이 되어버린 그 신도 말이지요. 아가사는 그렇지는 않다고 할까요. 아니라고 속삭여주신다면 기쁘겠습니다.

하루바삐 돌아가고 싶지만 여러 일정에 참여하느라 아직은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은 오랜만이지요. 물론 아가사의 얼굴은 절대 잊지 못하겠지요. 아가사의 얼굴은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르지만, 이렇게 여러 번 떠올리다가 닳을까 봐 걱정이 되는군요. 조금이라도 흠이 남기 전에 돌아갈 테니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신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당신께 한 번에 다다를 수 있는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군요. 모든 중심이 당신이 있는 곳이 될 수 있다면……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무리는 아닐 겁니다. 이에 대해선 조금의 연구가 더 필요하겠군요. 앞으로는 이렇게까지 멀리 나갈 일이 없을 거라 약속드리겠습니다.

 

축제는 나쁘지 않게 끝났습니다. 아가사가 생각나 토끼 인형 고리를 하나 사 보았는데, 마음이 차셨으면 하는군요.

 

당신을 생각하는

이스카리오로부터




아가사께

 

식사는 여전히 잘 챙기고 계실까요. 이곳에 조금 늦게 도착한 신자께서 안부를 전해주시길, 당신께서 조금 피로한 기색이라고 하더군요. 제대로 주무시고 있는 게 맞습니까? 역시 무리를 하고 계신 게 아닌지요.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보내시는 하루하루가 부디 당신에게 벅차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오래 헤어져 있어도 어쩔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씀은 제겐 조금 아쉽게 들리는군요. 저는 항상 아가사가 보고 싶으니 말이지요. 내색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운한 마음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로군요. 이런 기분을 느껴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럴 땐 보통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물어도 괜찮을지요? 제가 이런 것을 물어볼 수 있는 대상은 아가사 뿐이라, 면구스럽게도 여쭈게 됩니다. 부디 관용해주시기를.

 

이제 돌아가는 차편에 올랐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길이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가사가 부탁하신 브라우니를 포함한 쿠키 세트는 잘 챙겨두었습니다. 곧 아가사를 만나 마음에 드셨을 입욕제와, 그간의 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온 것 같군요. 오랜 시간 못했던 것들을 두고서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차를 마시며 오래오래 목소리를 섞고 싶은 마음이 깊습니다.

도착하는 날이면 아가사의 돌아오는 길을 맞아드릴 계획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꿈 꾸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곧 재회할, 이스카리오

   


 

  

*새벽별; 루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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